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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인내와 믿음의 미학

경제 이야기

by 사람사는 세상 만들기 2007. 6. 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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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투자로 집사람 적금 말아먹고…펀드 만나 기사회생 "

하나의 펀드를 6년 넘게 유지하며 6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19명이나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3월이었다. 그야말로 재테크 책에나 나올 법한 사례들이었다.

이들의 존재에 대한 확인은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결국 19명의 '국가대표급 장기투자자'를 직접 찾아나서게 됐다.

하지만 기자와의 만남이나 인터뷰 성사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 '돈이 남아돈다면 난 10년은 버틸 수 있겠다'고 세상 사람들이 비아냥거릴 텐데 내가 왜 나서냐" 면서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들과 접촉을 시도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마침내 3명의 고객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허락했다. 사진을 찍지 않고 실명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마침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6년간 펀드 장기투자에 대한 본격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그들과의 대화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처음 주식투자에 도전한 후 위탁매매, 직접 단타매매로 이어지면서 입은 수억 원대의 손실, 황폐해졌던 삶 그리고 좌절의 끝에서 만난 '펀드'.

"자포자기 심정으로 펀드투자를 시작했지만 6년 넘게 환매 유혹을 이겨내면서 대한민국 증시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고 말하는 그들에게서 정말 살아있는 장기투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자식이 지금 주식투자에 미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한 투자자가 "우리 아들한테 그렇게 펀드하라고 하는데 말 안듣고 코스닥 주식만 하더라고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옆에서 "한번 당해 봐야 돼, 학습효과가 엄청나거든"이라며 거든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 젊었을 때 이 악물고 절약하며 적금을 부었던 것처럼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면 돼요. 꾸준히 못하고 호들갑을 떨어서 그렇지 절대 안 망해요. 우리가 살아 있는 증거 아닙니까."


◆ 모두 '직접투자'로 1억원 이상 날려 

20년 가까이 유통 관련 조그만 회사를 운용하다 은퇴한 전경찬 씨(가명ㆍ59)와 주식의 인연은 80년대 말 노태우 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문에 노태우 대통령이 한일은행 주식에 투자했다는 기사가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2000만원을 갖고 증권사 직원에게 부탁해 한일은행ㆍ상업은행ㆍ쌍용차 등 3개 종목을 샀어요. 이게 첫 주식투자였죠. 4년 만인가, 800만원이 돼 있더라고요. 못 믿을 게 주식이구나 했어요."

하지만 전씨는 이후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 때 8000만원을 들고 다시 증권사로 달려갔다.

"5000만원 위탁매매시키고 3000만원은 직접 했어요. 미친 듯 올라가는가 싶더니 1년 만에 5000만원은 1500만원, 3000만원도 1500만원이 됐더군요. 기도 안차서 증권사 지점장한테 웃으며 그랬어요. '내가 너희들보다는 덜 깨졌다'라고요."

2001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오명락 씨(가명ㆍ60)는 90년대 중반부터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직에 있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재테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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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에 2억5000만원을 갖고 가까운 증권사를 찾아갔어요. 거기 최고참한테 위탁매매를 했는데 2년 만에 1억원 남았더라고요. '바이코리아' 때 더 밀어넣은 것을 합치면 1억7000만원은 손실 봤죠."

중소 건설업체 사장인 박진표 씨(가명ㆍ48) 역시 주식 직접투자에 대해선 할 말이 넘친다.

"98년부터 주식을 했는데 조금 벌었죠. 그러다 '데이콤'으로 결정타를 맞았어요. 나름대로 이 회사를 잘 안다고 2억원을 투자했는데 50만원 하던 주가가 순간 40, 30, 10만원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미치는 줄 알았어요. 2000만원 남았더라고요."


◆ 펀드와의 만남, "나보다는 낫겠지" 

이들 3명에겐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주식투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수억 원대 손실을 보고 절망하고 있을 무렵 '펀드'를 만났다는 것이다.

오명락 씨는 은퇴 후 부동산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다 펀드의 힘을 확인한 경우다.

"주식이 하도 안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매일 종목 보며 애간장 태우는 내 모습도 지겹고…. 그러다가 근처 미래에셋증권을 찾았는데 퍼뜩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펀드를 들자, 다들 똑똑할 테니 나보다 낫겠지. 바로 있는 돈 5000만원을 털어 펀드에 가입했어요."

박진표 사장은 "주식투자는 마약과도 같다"면서 "언제나 남의 떡이 커 보여 만족을 못 느끼게 한다"고 표현했다. 박 사장은 2001년 3월 '미래에셋인디펜던스'에 주식계좌에 남아 있던 돈을 모두 투자한 경우다.

"개미들은 절대 외국인한테 안돼요. 브로커리지요? 그 친구들도 개미나 마찬가지죠. 힘을 합치자, 덩치를 키우자 그런 생각이 팍 들더라고요. 그런 순간 증권사 직원이 '인디펜던스'를 내밀더라고요. 그날 이후 전 주식투자 완전히 끊었습니다. 전 지금 펀드만 20개가 넘어요."

전경찬 씨도 "주식한다고 마누라 적금 5~6개는 깼어요"라며 옆에서 거든다.

전씨는 "내가 아무리 해도 안되는데 펀드매니저 너네들은 얼만큼 잘하나 보자는 오기로 펀드에 가입했다"고 했다.


◆ 환매의 유혹, "IMF도 버텼는데, 대한민국 경제 믿어" 

행운이었을까. 2001년 초 가입했던 이들 3명의 1년 수익률은 상당했다. 오죽했으면 오명락 씨는 미래에셋증권에 찾아가 속이는 게 아닐까 직접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때부터 오기가 생겼어요. 그래 100% 수익 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라고 생각했죠"라는 오씨. 이후 그는 철저한 '펀드관리사'로 변해 갔다. 자산운용보고서는 거의 외우다시피 했고 운용팀 약력도 따로 보관했다.

"수익률이 200% 날 때쯤 운용팀이 크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미래에셋운용에 전화했죠. 그랬더니 어느 회사로 갔다고 하데요. 그래서 내가 호통을 쳤죠. 나간 사람은 알 바 없고 내 돈 관리하는 놈들 과거 경력이나 자세히 말해 보라고(웃음)."

전경찬 씨는 "1년이 지났는데 손실을 안본 자체가 신기했다"면서 "2003년인가 수익률이 지지부진해서 그냥 환매하고 주식하고픈 유혹이 엄청났어요"라고 했다. 전씨는 특히 "요즘도 남북 문제만 터지면 걱정은 된다"고 했다.

박진표 사장은 2004년 차이나 쇼크 때 가장 크게 환매를 고려했다고 한다. 2001년 9ㆍ11테러는 전혀 신경도 안썼는데 중국 문제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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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들 어떻게 6년이란 긴 시간을 꿈쩍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을까.

박 사장은 "연 1~2% 수수료 주고 대한민국 최고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고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맘을 달랜다"고 했다. 박 사장은 또 "3년 정도 실제로 버텨 보면 알 거예요, 장기투자가 남는 거라는 걸"이라고 덧붙였다.

전경찬 씨는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전씨는 "IMF도 버텼는데 어떤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버티겠지요"라면서 "예금ㆍ채권ㆍ표지어음ㆍMMF 등 보유자산 중에서 펀드는 가장 막판에 현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이들, 10년 보고 적립식 하면 절대 안 망해"

오명락 씨는 '돈이 많으니까 환매 안했지, 돈 없는 사람은 장기투자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맘이 편하지 않다.

오씨는 "정말 돈이 필요해서 환매하는지 아니면 수익률 몇 %에 만족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고 강조한다.


"올해 1400, 1500 넘어갈 때 왜들 그렇게 환매하는지, 분명 급전 필요한 것 아닐 텐데요. 펀드투자자는 시황을 보면 안됩니다. 그거 안 할려고 펀드하는 건데"라는 오씨.


박 사장은 아예 "돈이 필요하면 허리띠 졸라매라"는 쪽이다. 박 사장은 "젊은 직원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좀 더 아끼고 맘 독하게 먹고 한 10년간 장기로 적립식 투자하면 절대로 망할 리 없을 텐데 그걸 몰라주기 때문이다.


전경찬 씨는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난 사업으로 돈을 벌었지만 거의 미친 듯 절약하고 저축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그땐 그 방법밖에 없었고. 그리고 40세 때 처음 주식이란 걸 알았지요. 그땐 우리나라 경제도, 증시도 엉성했어요.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지금은 정말 달라졌어요. 주식을 하면 이삭을 주워 먹지만 펀드를 장기로 하면 추수를 할 수 있어요. 꼭 추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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