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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경제 이야기

by 사람사는 세상 만들기 2007. 6. 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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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상 최대의 부자되기 프로젝트, 일명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1~2년치 연봉’을, ‘큰아들 등록금’을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부동산에 몰리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투기장’을 연출하고 있다.

기관도 외국인도 발을 빼버린 주식시장에서 오직 개인만이 쩐의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주변에 속속 ‘워런 갑동’ ‘길동 소로스’가 불과 한 달도 안돼 50~100%의 수익을 올렸다는 배아픈 소식은 일반인에게 주저없이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관심 밖으로 여겨졌던 부동산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주거보다는 투자목적이 강한 오피스텔 청약경쟁률마저 100대1을 넘어설 정도로 상황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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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경고와 징후가 주식시장으로 ‘골드러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식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은 수치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고객예치금은 폭등하고 휴면증권계좌는 부활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CMA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6조원으로 올해 초에 비해 배 이상 불었다.

‘주변 친구도 하는데…’라면서 빚이라도 내서 투자에 나서는 사람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증권사가 대출해준 신용융자잔액만 5조원을 넘어섰다. 권모(32) 씨는 연초 한ㆍ중ㆍ일 펀드에 가입해 6개월 만에 30만원을 벌었지만 친구가 보름 만에 1500만원을 3000만원으로 불렸다는 소식에 펀드를 환매하고 아예 직접투자에 나섰다.

부동산 가격이 천장을 쳤다고 판단한 직장인마저 집을 팔고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음달 미국으로 1년간 연수를 떠나는 모 경제연구원 연구원인 김모(42) 씨는 과감하게 강남 아파트를 ‘쩐의 전쟁’에 참가할 군자금으로 바꿨다. 간접투자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우량 제조업체 주식을 2억원어치 매입했다. 김씨는 “유동성의 주식시장 이동으로 인한 호황 장세가 향후 1년 이상 간다고 판단해 이같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쯤되자 ‘쩐의 전쟁’을 남 이야기처럼 바라보던 일반인들은 좌불안석이다. 성원건설로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은 남 이야기지만 바로 옆 부서 동기가 우리사주를 통해 수천만원을 챙겼다면서 술을 사겠다는 비참한 현실은 바로 나의 이야기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았던 STX그룹 직원들이 최근 주가 급등으로 1~2년새 5~6배의 대박을 터뜨렸다. 5000원대로 우리사주를 매입했던 남광토건 직원들은 현재 주가가 1만8000원대를 넘어서면서 ‘얼마를 벌었냐’는 행복한 셈에 열중이다.

이처럼 묵혀뒀던 우리사주가 보답하는 것에 당장 유상증자를 앞둔 상장사 직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앞둔 키움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키움증권 한 직원은 “주가가 오르면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상투 잡은 느낌이 강하기는 하지만 더 오를 것 같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유증에 대놓고 불참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주식을 사고팔 줄 모르는 박모(42) 씨도 마찬가지. 코스닥 상장사 대표로 있는 친구가 유상증자 미계약 물량을 저렴한 가격에 넘겨주겠다는 제안에 일단 매입했다. 유상증자가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현금화할 수 있는지 등의 공부는 나중 일이었다.

증권사 입사 8년차인 장모(35) 씨는 아예 최근 주식 사설 부티크를 개설했다. 말이 부티크지 정확히 말하면 친구들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받아 주식투자를 하는 것. 특히 장모 씨는 수익률 20%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친구들 돈을 유치해 지금까지 두 달 이상 수익금을 돌려주고 있다.

부동산 역시 ‘쩐의 전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신도시 개발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전매 제한이 없는 유망지 오피스텔(일명 로또텔)을 중심으로 ‘돈놓고 돈먹기’식의 투기 광풍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청약을 받은 ‘분당급 신도시(동탄2지구)’에 접한 동탄1지구 내 오피스텔 위버폴리스는 화성시가 자체적으로 전매를 ‘입주 전 2회’로 제한했지만, 평균 77.3대1, 최고 117대1의 경쟁률로 여전히 과열양상을 빚었다.

대형 개발호재지역 역시 한탕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좋은 사냥터.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후보지설이 나돌던 광주 오포, 용인 모현ㆍ남사지역은 물론 실제 분당급 신도시로 결정된 화성 동탄 일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투기세력이 땅은 물론 노후 주택과 아파트 등을 닥치는 대로 저가에 사들여 이를 일반투자자에게 고가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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